이 글에서 다루는 것
퇴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숫자가 퇴직금입니다. 그런데 막상 받아 보면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계산 공식 자체는 간단한데, 공식에 넣는 '평균임금'을 어떻게 구하느냐에서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1.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채워야 합니다.
- 계속 근로 기간 1년 이상. 수습이나 인턴 기간도 계속 근로에 포함됩니다. 364일에 퇴사하면 퇴직금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 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 15시간 이상. 초단시간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아르바이트인지는 상관없습니다. 두 조건만 충족하면 업종과 사업장 규모를 가리지 않고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생깁니다.
2. 계산 공식과 평균임금의 뜻
공식은 이렇습니다.
여기서 1일 평균임금은 퇴직일 직전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값입니다. 주의할 점은 나누는 값이 '3'이나 '90'이 아니라 실제 달력상 일수라는 것입니다. 3개월이 며칠인지는 퇴사 시점에 따라 89일에서 92일까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직전 3개월 임금 총액이 1,050만 원이고 그 기간이 92일이라면, 1일 평균임금은 약 114,130원입니다. 재직일수가 1,095일(3년)이라면 퇴직금은 114,130 × 30 × (1,095 ÷ 365) ≈ 약 1,027만 원이 됩니다.
대략적으로는 "1년 근무당 한 달치 월급"이라고 기억하면 감이 잡힙니다.
3. 놓치기 쉬운 것: 상여금과 연차수당
퇴직금이 예상보다 적게 나왔다면 대부분 이 부분입니다. 평균임금에 넣어야 할 항목을 빠뜨린 경우입니다.
평균임금은 기본급만이 아니라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받은 모든 금품을 포함합니다. 문제는 상여금이나 연차수당처럼 1년 단위로 받는 돈입니다. 3개월치만 보면 어느 달에 받았느냐에 따라 금액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이런 항목은 연간 금액을 12개월로 나눈 뒤 3개월분만 넣는 방식으로 안분합니다.
- 정기 상여금: 퇴직 전 1년간 받은 상여금 총액 × 3/12 를 평균임금 산정 기간의 임금에 더합니다.
- 연차 미사용 수당: 퇴직 전전년도 근무로 발생해 전년도에 지급받은 연차수당 × 3/12 를 더합니다.
- 각종 수당: 식대, 교통비, 직책수당 등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됐다면 포함됩니다.
반대로 경조사비나 순수한 실비 변상 성격의 금품은 임금으로 보지 않아 제외됩니다.
4.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다면
드물지만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퇴직 직전 3개월에 무급 휴직이 있었거나 결근이 많았다면 평균임금이 뚝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그대로 계산하면 퇴직금이 부당하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법은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통상임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해진 금액으로, 실제 근무일수에 따라 흔들리지 않습니다. 퇴사 직전에 소득이 크게 줄었다면 이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5. 퇴직소득세는 왜 생각보다 적을까
퇴직금에도 세금이 붙습니다. 다만 퇴직소득세는 일반 근로소득세보다 부담이 훨씬 가볍습니다. 퇴직금은 여러 해 동안 쌓인 돈을 한 번에 받는 성격이라, 한 해 소득으로 보고 누진세율을 매기면 지나치게 무거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퇴직소득세는 근속연수에 따라 세부담을 덜어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습니다. 먼저 근속연수공제로 일정 금액을 빼고, 남은 금액을 근속연수로 나눠 연 단위 금액으로 환산한 뒤 세율을 적용하고, 다시 근속연수를 곱해 최종 세액을 구합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금액이라도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세금이 적습니다.
6. 퇴직금은 IRP로 받는다
마지막으로 실무적인 부분입니다.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됩니다. 퇴사 전에 IRP 계좌를 미리 만들어 두어야 지급이 지연되지 않습니다.
IRP로 받으면 당장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고 과세가 미뤄집니다. 이후 만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의 일부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하지 않다면 IRP에 두고 운용하는 편이 세금 면에서 유리합니다. 다만 중도에 해지해 일시금으로 찾으면 감면 혜택은 사라집니다.
참고로 회사가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한다면 DB형과 DC형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큽니다. DB형(확정급여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는 앞서 설명한 공식대로 정해진 금액을 받습니다. DC형(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계좌에 넣어 주고, 운용 성과에 따라 최종 수령액이 달라집니다. DC형이라면 계좌를 방치하지 말고 운용 상품을 점검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7. 제때 못 받았다면 이렇게
퇴직금은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합의로 기일을 미룰 수 있지만, 합의 없이 넘기면 법 위반입니다.
지급이 늦어지면 지연 일수에 대해 연 20%의 지연이자가 붙습니다. 회사가 "돈이 없어서"라고 해도 면제되지 않습니다.
-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습니다.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없이 1350) 또는 노동포털에서 온라인으로 접수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나 노무사 없이 본인이 직접 할 수 있습니다.
- 회사가 도산했다면 대지급금 제도가 있습니다. 국가가 일정 한도 내에서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대신 지급한 뒤 사업주에게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퇴직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니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진정을 준비한다면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통장 입금 내역처럼 근무 기간과 임금 수준을 증명할 자료를 미리 모아 두면 진행이 빨라집니다.